발행: 네오크리에이터포스트 편집국 기록일: 2026년 5월
[사관(史官)의 눈] > 대형 매니지먼트의 보호막 아래 정형화된 이미지로 소비되는 스타들이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여기, 거대 시스템의 관행을 거부하고 오직 자신의 발로 땅을 딛고 서서 독자적인 궤적을 그려나가는 청년 아티스트가 있습니다. 2024년과 2025년 뉴미디어 웹드라마 플랫폼을 종횡무진하며 ‘웹드라마 여신’으로 등극하고 , 2026년 마침내 장편 영화 <소크라테스의 환생>과 단편 영화 <페르소나 제로>의 주연으로 스크린의 주역이 된 배우 이로아입니다.
네오크리에이터포스트는 창간을 맞아, 단순히 주어지는 배역을 소화하는 배우를 넘어 자신의 감각과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내며 ‘독립적인 영화인·창작자’로 진화하고 있는 이로아의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보았습니다. 서면으로 진행된 이번 심층 인터뷰는 그녀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생생한 기록입니다.
1. 몸이 먼저 알아챈 것들 — 무용과 연기 사이
Q. 한림연예예술고등학교에서 연기와 함께 현대무용·실용무용을 수학하셨습니다. 대사 없이 오직 몸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훈련의 시간들이 지금 배우 이로아의 연기에는 어떻게 살아 숨 쉬고 있나요?
배우 이로아: "어릴 적부터 춤을 좋아해서 고등학교 진학 전까지 학원을 통해 실용무용을 배웠고, 한림예고에서 현대무용을 깊이 있게 배웠습니다. 그 경험이 지금 연기할 때도 굉장히 큰 자산으로 남아 있습니다.
저는 원래 모든 움직임에는 감정이 담겨 있다고 믿습니다. 같은 동작이라도 인물의 상태와 심리에 따라 호흡이나 속도, 힘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촬영 현장에서도 단순히 대사로만 감정을 뱉어내기보다, 몸의 긴장감이나 시선 처리 같은 디테일한 부분에 훨씬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예를 들어 슬픈 장면을 마주했을 때도 단순히 눈물을 흘리는 것보다, 순간적으로 숨을 참는다거나 손끝에 미세하게 힘이 들어가는 순간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무용을 통해 ‘몸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감각’을 끊임없이 훈련했던 치열한 경험들이, 지금의 연기에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2. 시스템 밖에서 산다는 것 — 선택과 책임, 그리고 자생력
Q. 현재 소속사(매니지먼트) 없이 캐스팅 대응, 작품 선택, 일정 조율, 나아가 자기 브랜딩까지 모든 과정을 홀로 직접 해내고 계십니다. 이 독립적인 방식을 유지하는 철학은 무엇이며, 그 과정에서 마주한 현실적인 어려움과 불안은 어떻게 극복하고 계시는지 솔직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배우 이로아: "혼자 활동하다 보니 캐스팅 대응이나 일정 조율, 자기 브랜딩 같은 현실적인 부분들을 대부분 직접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든 것을 홀로 결정해야 하는 순간마다 외로움이나 불안감이 찾아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제 선택과 방향성에 더 솔직해질 수 있다는 아주 큰 장점이 있습니다.
특히 작품을 선택할 때, 타인의 시선이 아니라 ‘지금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인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누군가가 정형화하여 만들어준 방향을 수동적으로 따라가기보다, 스스로 고민하고 현장에서 부딪히면서 저만의 색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큽니다.
다만 예상보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연기 외적인 행정적 부분까지 계속해서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프로필 관리, 연락, 미팅 조율 같은 현실적인 조율들을 혼자 감당하다 보면 순간적으로 체력과 정신력이 지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결국 저를 단단하게 붙잡아주는 건 ‘계속 좋은 연기를 하고 싶다’는 순수한 열망입니다. 불안이 없는 삶은 없겠지만, 저는 그 불안조차도 배우로서 더 단단하게 성장하는 가치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며 묵묵히 버텨내고 있습니다."
3. 지금 직접 만들고 있는 영화 — 감독·작가·배우, 세 개의 모자

Q. 현재 단편영화를 직접 연출(감독)하고, 시나리오(작가)를 쓰고, 주연 배우로도 참여하는 1인 3역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거친 도전을 시작하게 된 가장 솔직한 이유는 무엇이며, 자비 부담으로 알려진 제작비 조달 등 현실적인 제작 과정은 어떻게 풀어가고 계시나요?
배우 이로아: "예전부터 사람의 감정이라는 게 꼭 말로 설명되거나 증명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특히 외로움이나 결핍 같은 깊은 감정은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오히려 인물의 몸짓이나 시선, 그리고 공간이 품고 있는 특유의 분위기 안에 더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지금의 제가 아니면 결코 꺼낼 수 없는 감정과 시선들을 직접 이야기해보고 싶어 이 작품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배우로 활동하면서 내면에 쌓였던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작품 안에 많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인물의 내면 상태와 감각을 집요하게 따라가는 방식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제작비는 대부분 제가 그동안 성실히 모아온 돈을 투입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제 진심을 알아봐 주신 주변의 정말 많은 분들이 마음으로 동참하고 도와주셔서 인건비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깊은 감사함을 느낍니다. 대신 소품 하나, 공간 섭외, 촬영에 필요한 아주 작은 현실적인 부분들까지 제 손으로 직접 하나하나 고민하며 준비하고 있습니다.
세 가지 역할 중에서는 역시 ‘감독’의 역할이 가장 낯설고 어렵게 다가옵니다. 배우는 제 감정과 캐릭터에만 깊게 집중하면 되지만, 감독은 작품 전체의 유기적인 호흡과 촬영 현장 전체의 흐름까지 끊임없이 바라보고 책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어렵고 무겁지만, 동시에 아티스트로서 정말 많이 배우고 확장되는 경이로운 과정이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4. 돈과 예술 사이 — 청년 예술가의 현실 경제학

Q. 배우라는 직업은 필연적으로 수입의 기복이 큽니다. 작품이 없는 시기를 어떻게 버텨내시는지, 그리고 생계와 예술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며 경제적 자립을 이루어낸 이로아만의 현실 경제학이 궁금합니다.
배우 이로아: "배우라는 직업이 수입의 기복이 큰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현재는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한 상태이며, 오히려 부모님께 용돈을 챙겨드릴 수 있을 만큼 자립을 이루었습니다. 따라서 저에게는 현실적인 생계 자체가 가장 큰 불안 요소로 다가오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저를 힘들게 하는 건 작품이나 촬영이 없는 시기에 찾아오는 ‘마음의 공백’입니다. 배우는 계속해서 누군가에게 보여지고, 끊임없이 선택받아야만 하는 과정의 반복 속에 놓여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공백기가 찾아오면 ‘내가 지금 잘 가고 있는 걸까’ 하며 스스로를 의심하게 되는 순간들이 생겨납니다.
저는 그런 시간들을 막연한 불안감 속에서 낭비하기보다, 최대한 제 내면을 채우는 ‘축적의 시간’으로 만들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합니다. 좋은 영화들을 집요하게 탐독하고, 끊임없이 글을 쓰며, 문득 찾아오는 새로운 감정이나 감각들을 세밀하게 기록해 둡니다. 결국 그 정적인 시간 동안 다져진 내공이 다시 현장에서 위대한 연기로 이어진다고 굳게 믿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단순히 배역을 기다리는 배우로만 머무르기보다, 제 감정과 시선을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하며 이야기를 만드는 작업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5. 지금 이 시대에 배우로 산다는 것 — 플랫폼과 연기의 온도
Q. 숏폼 드라마 플랫폼인 비글루(Vigloo)의 주연작 <죽여야 하는 로맨스>부터 극장 장편 영화 <소크라테스의 환생>까지 동시에 소화하고 계십니다. 플랫폼과 매체가 달라질 때 연기의 호흡이나 감각도 달라지나요?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이 본인에게 주는 기회와 도전은 무엇입니까?
배우 이로아: "플랫폼에 따라 연기의 호흡과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식은 확실히 조금씩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모바일 기반의 숏폼 콘텐츠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인물의 감정과 서사를 빠르게 전달해야 하므로, 조금 더 직관적이고 즉각적인 에너지를 뿜어내야 합니다. 반면 대형 스크린으로 마주하는 극장 영화는 인물의 감정을 아주 밀도 있게 천천히 쌓아가거나, 심지어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침묵하는 그 순간의 공기까지도 관객이 오래 바라봐줄 수 있는 매체입니다. 카메라와 관객이 인물을 바라보는 물리적·심리적 거리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표현의 온도와 리듬을 영리하게 다르게 가져가려고 노력합니다.
지금처럼 숏폼과 극장 영화를 경계 없이 동시에 오갈 수 있는 환경은 저에게 엄청난 기회입니다. 과거보다 훨씬 다양한 플랫폼에서 제 새로운 얼굴과 깊이를 보여줄 수 있게 되었고, 기획사가 닦아놓은 길이 아니더라도 배우가 직접 자신만의 독창적인 색을 만들어갈 수 있는 가능성이 넓어졌기 때문입니다.
다만 동시에 콘텐츠가 너무나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이기도 해서, 자극적인 속도감 속에서 중심을 잃고 흔들리지 않는 것이 배우로서 큰 도전입니다. 어떤 플랫폼에서 연기하더라도 결국 대중의 마음에 오래도록 살아남는 감정은 아주 미세한 ‘디테일’에서 나온다고 확신합니다. 매체가 어떻게 변하든, 인물의 내면을 진짜로 이해하고 진정성 있게 표현하려는 배우로서의 태도만큼은 절대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6. 앞으로의 이로아 — 배우를 넘어, 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사람

Q. 지금까지 주어진 현장에서 훌륭하게 배역을 소화해 온 배우였다면, 앞으로의 이로아는 대중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독립적인 영화인이자 창작자로서의 최종 꿈과,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 가장 붙잡고 있는 철학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배우 이로아: "지금까지의 제가 주어진 현장 안에서 최선을 다해 인물을 이해하고 감정을 대변해 온 배우였다면, 앞으로는 제 안에 존재하는 독특하고 고유한 감각과 서사를 하나의 온전한 세계로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창작자가 되고 싶습니다.
저는 원래 감정이나 현장의 분위기를 굉장히 오래 붙잡고 응시하는 편입니다. 말로 다 설명되지 않는 인물들의 시선, 공간의 공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묘한 거리감 같은 것들에 계속해서 마음이 머뭅니다. 단순히 누군가가 정해놓은 세계관 속에 들어가 연기하는 것을 넘어, 누군가의 마음에 평생 오래도록 남는 장면과 깊은 감정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 제 손으로 직접 영화를 만들고 있는 이유도 결국 그 꿈과 맞닿아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독립적이다’라는 가치는, 단순히 기획사 없이 혼자 힘으로 모든 행정적인 일을 해내고 버틴다는 얄팍한 의미가 아닙니다. 자신이 진짜 어떤 이야기를 세상에 던지고 싶은지 본질을 분명히 알고, 거대한 시스템의 유혹 속에서도 그 방향성을 절대 잃지 않는 단단한 주체성을 뜻합니다.
그 꿈을 향해 나아가는 지금, 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조급함이 아니라 시간과 깊은 경험, 그리고 끝까지 꾸준히 버텨낼 수 있는 굳건한 마음입니다. 기술적인 성장보다 인간과 인간의 감정을 오래도록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의 힘이 진짜 창작자를 만든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결과만을 바라보며 서두르기보다, 지금 제 삶에 찾아오는 감정들과 거친 경험들을 최대한 많이, 그리고 깊게 쌓아가려 합니다. 훗날 그 축적된 시간들이 제 모든 작품과 연기 속에 위대한 자산으로 녹아들 것이라 확신합니다."
<인터뷰 내내, 기자의 눈에 비친 이로아는 아름답고, 깊이있고, 겸손하며… 강단있는 청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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