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문화가정이 증가하면서 한국인 배우자와 외국인 배우자 사이에서 태어나는 자녀도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혼인신고 전에 자녀가 출생한 경우, 친자관계와 국적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여러 행정절차를 거쳐야 하는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국인 부(父)와 외국인 모(母) 사이에서 태어난 혼인 외의 자녀다. 현행 「국적법」 제2조는 출생 당시 부 또는 모가 대한민국 국민인 경우 출생과 동시에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한국인 부와 외국인 모 사이에서 출생한 혼인 외의 자녀는 외국인 모의 본국에서 자녀의 출생등록을 한 후 모의 국가 국적을 먼저 취득한 후, 이후 우리나라 가족관계등록관서에서 한국인 부와 자녀 사이의 친자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인지신고를 진행해야 한다.
한국인 부와 외국인 모 사이 혼인 외의 자녀에 대한 인지신고가 완료되더라도 대한민국 국적과 관련한 행정절차까지 완료되는 것은 아니다. 자녀가 이미 외국 국적을 취득한 상태에서「국적법」 제3조에 따른 인지에 의한 국적취득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법무부장관에게 별도의 국적취득 신고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대한민국 국적 취득 이후 외국 국적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국적법상 복수국적 및 국적선택 등에 관한 규정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여기에 외국에서 발급된 출생증명서와 신분관계 서류의 번역, 공증, 아포스티유 등의 절차까지 더해지면서 부모가 느끼는 행정적 부담은 커지게 된다.
한국인 부와의 법률상 친자관계가 가족관계등록상 확인되지 않아 대한민국 국적과 관련한 절차를 진행하지 못했던 자녀가 이후 인지를 받은 경우에도 「국적법」 제3조에 따른 인지에 의한 국적취득 절차를 별도로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실무에서는 친자관계 확인과 국적취득이라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 문제가 별개의 행정절차로 파편화되어 진행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확인 절차 자체를 불필요하다고 볼 수는 없다. 외국인 배우자가 관련된 경우에는 외국법에 따른 출생사실과 친자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고, 허위 인지나 국적관계의 오류를 방지하기 위한 심사 역시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가족관계등록관서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확인한 출생사실과 친자관계에 관한 정보를 국적행정에서 다시 확인하면서 동일한 서류와 사실관계를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행정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외국인 모의 본국 국적을 취득한 자녀의 경우에는 복수국적 문제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적법은 일정한 범위에서 복수국적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외국 국적의 포기를 요구하기보다는 부모의 국적, 친자관계, 국적취득의 원인 및 자녀의 연령 등을 종합적으로 구별하여 판단할 필요가 있다.
가족관계등록과 국적행정은 담당 기관과 적용 법령 등이 구분돼 있지만 혼인 외의 자녀의 경우 출생, 친자관계, 국적이라는 서로 연결된 사실관계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족관계등록 과정에서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출생사실과 친자관계가 확인됐다면 해당 정보를 국적행정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기관 간 연계를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현재도 국적취득 사실을 가족관계등록관서에 통보하는 등 두 행정 영역을 연결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이를 확대해 부모가 동일한 출생증명서와 인증 관련 서류를 여러 절차에서 반복해 제출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국가기관이 적법하게 확인한 정보를 관계 기관이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지신고 과정에서 확인된 출생 및 친자관계 자료를 국적행정과 효율적으로 연계하고, 외국에서 발급된 출생증명서와 가족관계 관련 서류의 인정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안내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더바른행정사법인 정남원 대표행정사는 “혼외자녀의 친자관계와 출생사실에 대한 확인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이미 확인된 사실까지 부모에게 반복적으로 입증하도록 하는 부분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 출생과 친자관계에 대한 필요한 심사는 유지하되 확인된 사실에 대한 재증명을 최소화하는 행정체계가 마련된다면 부모의 서류 제출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자녀의 가족관계와 국적관계를 보다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